분석 · RICHMAP — 검증 공시(공정위·연결재무제표) 기반 · 자본의 원리
← 권력의 모양 (전체 보기)문어발의 제왕
가장 많은 사업을 거느린 재벌

‘문어발’이라는 말은 한국 재벌의 별명이지만, 세계로 넓히면 한국은 의외로 ‘소박’하다. 가장 많은 사업 가지를 거느린 제왕은 따로 있다. 단, ‘가지가 많다’를 무엇으로 재느냐 — 계열사 수냐, 진출 산업 폭이냐 — 에 따라 1위가 갈린다.
Count 수(數)의 제왕 — 일본
계열사·자회사 ‘수’로 보면 정상은 일본이다. 종합상사 미쓰비시상사는 에너지·금속·기계·화학·식품·유통(로손)까지 거의 전 산업에 걸쳐 ~1,700개의 자회사·관계사를 거느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 거인 히타치는 감사받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약 607개 연결자회사를 둔다 — 이 글에서 가장 단단한 숫자다.
✦ 종합상사는 ‘무엇이든 거래·투자한다’는 모델 자체가 문어발이다. 한국 재벌의 다각화는, 일본 종합상사 앞에선 작은 편이다.
Korea 한국의 1위 — SK
한국에서 계열사가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이 아니라 SK다.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지정 기준 SK는 198개 계열사로 국내 최다이고(직전 219개에서 리밸런싱으로 감축), 카카오 115개, 자산 1위 삼성은 63개다. 한국 92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를 다 합치면 3,301개다(공정위).
✦ 자산이 가장 크다고 가지가 가장 많은 건 아니다. 삼성은 ‘깊고’, SK는 ‘넓다’ — 재벌마다 문어발의 모양이 다르다.
Breadth 폭(幅)의 제왕 — 미쓰비시·타타
‘수’가 아니라 진출 산업의 ‘폭’으로 보면 답이 또 바뀐다. 미쓰비시상사가 거의 모든 산업을 덮는 가운데, 인도 타타그룹은 소금부터 소프트웨어(TCS)·철강·자동차·항공·럭셔리 호텔까지 10개 사업 부문, 100개국+에 걸쳐 있다(주요 운영사는 31개지만 법인은 수백 개).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철도(BNSF)·에너지·소비재를 거느린다.
✦ 타타는 ‘소금에서 소프트웨어까지(salt to software)’라 불린다. 폭의 제왕은, 한 나라의 일상 전체를 한 그룹이 덮는다.
Closing
문어발의 제왕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계열사 ‘수’로는 일본 종합상사(미쓰비시)·히타치, 한국에선 SK. 산업 ‘폭’으로는 미쓰비시·타타. 측정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다각화된 기업’을 물을 땐 먼저 물어야 한다 — 무엇으로, 어떤 잣대로 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