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RICHMAP — 검증 공시(한국은행·DART·공정위) 기반 · 지배의 기하학
← 권력의 모양 (전체 보기)1.6%의 지배
거대한 매출 뒤, 총수의 손은 의외로 작다
한국의 모든 기업이 한 해 올리는 총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배다 —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의 부가가치율(2022년 40.1%)을 뒤집으면 총산출은 부가가치(≈GDP)의 약 2.49배. 그 거대한 경제를 쥔 총수들의 직접 지분은, 의외로 1~2%에 불과하다. 적은 지분으로 거대한 그룹을 쥐는 방법은 — 지분이 아니라 구조다. 그 구조는 크게 세 가지다 — 수직 피라미드(삼성)·순환출자 고리(현대차)·지주사 체제(SK).
Pyramid 삼성 — 수직 피라미드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은 약 1.6%다(DART). 그런데도 그룹을 통제한다. 비결은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한 사슬 — 이재용은 삼성물산을 약 20%(자사주 소각·증여로 상승) 쥐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19.34%,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8.51%(최대주주)를 보유한다. 여기에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5.01% 직접, 삼성화재가 1.49%를 더 쥔다.
✦ 삼성전자를 쥔 진짜 손은 보험계열(삼성생명 8.51% + 삼성화재 1.49% ≈ 10%)이다. 그래서 ‘삼성생명법’(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제한)이 통과되면 이 10%의 축이 흔들려 그룹 지배가 위태로워진다 — 지배의 급소가 지분율 표에 적혀 있다.
Circle 현대차 — 순환출자 고리
삼성이 ‘위에서 아래로’ 누른다면, 현대차는 ‘뱅글뱅글’ 돈다. 현대모비스→현대차(약 21%)→기아(약 34%)→현대모비스(약 17%)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에는 뚜렷한 지주사가 없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은 약 0.3%에 불과한데, 그 고리의 힘으로 그룹을 지배한다.
✦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7년째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이 그림에 있다 — 고리를 끊으면 정의선이 사실상 정점인 모비스를 0.3%로는 지킬 수 없다. 그래서 본인이 약 20%를 가진 현대글로비스를 지렛대로 쓰는 시나리오가 반복해 거론된다.
Holding SK — 지주사라는 깔끔한 길
세 번째 길은 가장 ‘교과서적’이다. SK는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끊었다. 최태원 회장이 지주사 SK㈜를 17.9% 쥐고, SK㈜가 SK텔레콤(30.6%)·SK이노베이션(약 51%)·SK스퀘어(약 31.5%)를 위에서 아래로 거느린다 — 고리도, 보험 우회로도 없는 깔끔한 수직 구조다.
✦ 깔끔함에도 약점은 있다. 그룹 최대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가 SK스퀘어를 거친 ‘손자회사’(20.07%)로 정점에서 멀다. 그래서 SK㈜는 하이닉스가 아무리 벌어도 직접 수혜가 옅고 — 최근 약 5.1조 원 규모 자사주 소각으로 최태원의 지배력을 따로 다졌다.
Paradox 반전 — “법인세 1위 삼성?”
거대 지배의 역설은 세금에서도 드러난다. 흔히 ‘법인세 최다 납부=삼성전자’로 알지만, 2023년 삼성전자의 국내 법인세는 0원이었다. 반도체 적자로 별도 기준 영업손실이 11.5조 원에 달해, 1972년 첫 흑자 이후 52년 만에 법인세를 내지 않았고 — 연결 기준으로는 오히려 약 4.48조 원을 환급받았다(머니투데이). 그해 순이익(15.49조)이 영업이익(6.56조)보다 컸던 건 세금을 ‘낸’ 게 아니라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 ‘회계상 법인세비용’과 ‘실제 납부세액’은 다른 숫자다. 반도체처럼 사이클을 타는 기업은 호황·불황으로 0원↔수조 원을 오간다. 2024~2025년 국내 법인세 1위는 HBM 호황의 SK하이닉스(2025 상반기 약 2.77조)로 바뀌었다.
Closing
GDP의 2.5배에 이르는 매출, 수십 개 계열사, 수조 원의 이익 — 그 거대한 그룹을 실제로 쥔 손은 1~2%의 지분이다. 재벌 지배의 진짜 단위는 지분의 ‘크기’가 아니라 고리와 사슬의 모양이다. 그래서 ‘누가 이 그룹의 주인인가’를 물을 땐, 지분율표가 아니라 — 구조도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