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MAP · ACCT 101 · 10/10 분식회계와 감사

한 장부는 속여도
세 장부는 못 속인다

숫자를 꾸미는 건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건 꾸민 숫자끼리 앞뒤를 맞추는 일이다. 손익계산서를 손보면 현금흐름표가 어긋나고, 그걸 맞추면 재무비율이 어긋난다. 이 단원은 그 어긋남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이다.

칠판 1 · 분식은 네 방향뿐이다

이익을 좋아 보이게 하려면 더하거나 빼거나 둘 중 하나다. 대상은 수익·비용·자산·부채 넷뿐이라, 수법은 아무리 복잡해도 이 네 칸에 들어간다.

수익을 늘린다

없는 매출을 만들거나, 내년 매출을 올해로 당긴다.

비용을 줄인다

올해 쓴 돈을 자산으로 올려 여러 해에 나눈다.

자산을 늘린다

안 팔리는 재고·못 받을 외상을 그대로 둔다.

부채를 줄인다

갚을 돈을 장부에서 빼거나 자회사로 옮긴다.

회계 교과서의 표준 사례들도 전부 이 넷 안에 있다. 2001년 엔론은 부채를 별도 회사로 옮겨 감췄고, 2002년 월드컴은 영업비용을 설비 자산으로 돌렸다. 새로운 수법이 아니라 같은 네 칸의 변주다.

칠판 2 · 분식 레버를 당겨 본다

정직한 회사에서 시작한다. 매출 1,000, 순이익 150, 영업활동현금흐름 150. 이익과 현금이 같다. 이제 레버를 당겨 이익을 키워 보라. 그리고 다른 칸이 어떻게 되는지 볼 것.

손익계산서
매출1,000
매출원가600
판관비250
순이익150
현금흐름표
영업활동현금흐름150
투자활동 유출0
순이익 − 영업현금0
재무비율
매출채권회전율10.0회
재고자산회전율6.0회
순이익 ÷ 영업현금1.00배
이익과 현금의 괴리
매출채권회전율 급락
재고회전율 급락
설비투자 급증

★레버 ②만 당겨 보라. 이익과 현금의 괴리가 벌어지지 않는다. 비용을 자산으로 옮기면 순이익도 영업현금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수법은 괴리 신호에 걸리지 않고, 대신 설비투자가 갑자기 늘어난다는 다른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신호 하나로는 다 못 잡는다는 게 이 칠판의 진짜 결론이다.

칠판 3 · 감사의견 네 가지

감사인은 회사가 만든 장부를 검사한다. 장부를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 검사 결과가 감사의견이고, 딱 네 가지다.

적정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됐다는 뜻.

"회사가 우량하다"는 뜻이 아니다. 적자 회사도 적정 의견을 받는다. 장부가 규칙대로 쓰였다는 것뿐이다.
한정

일부 항목을 확인하지 못했거나 기준과 다르게 처리된 부분이 있다.

어느 항목인지가 핵심이다. 감사보고서 본문에 이유가 적혀 있다.
부적정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을 중요하게 위반했다.

숫자를 믿을 수 없다는 선언에 가깝다. 매우 드물게 나온다.
의견거절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얻지 못해 의견을 낼 수 없다.

"모르겠다"가 아니라 확인이 막혔다는 신호다. 상장사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가장 많이 오해되는 건 적정 의견이다. 적정은 "규칙대로 썼다"는 뜻이지 "좋은 회사다"라는 뜻이 아니다. 투자 권유에서 "감사 적정 받은 회사"라는 말이 나오면, 그건 자격이 아니라 최소 조건을 말한 것이다.

칠판 4 · 감사보고서에서 볼 세 곳

1
감사의견 문단

맨 앞에 있다. 적정이 아니면 왜 아닌지가 바로 뒤에 적혀 있다. 이 두 문단이 보고서에서 가장 짧고 가장 중요하다.

2
핵심감사사항

감사인이 가장 어렵고 위험하다고 판단한 항목을 스스로 적어둔 칸이다. 회사가 어디서 흔들릴 수 있는지를 감사인이 지목해 놓은 셈이라, 실질적으로 가장 정보량이 많다.

3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

이 문단이 붙어 있으면 회사가 1년 안에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감사인의 경고다. 의견은 적정이어도 이 문단이 따로 붙을 수 있다.

한국 상장사는 전자공시(DART), 미국 상장사는 EDGAR에서 감사보고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누구에게도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칠판 5 · 흔한 오해 세 가지

"감사를 받았으니 숫자가 검증됐다"

감사는 표본을 뽑아 확인하는 절차지 전수 검사가 아니다. 그래서 감사인도 놓칠 수 있고, 실제로 놓친 사건들이 회계 역사에 남아 있다.

"분식은 큰 회사만 하는 일"

투자 유치나 대출 심사를 앞둔 작은 회사에서 더 흔하다. 감사를 안 받는 규모라면 확인할 장치도 없다.

"이익이 늘면 좋은 신호"

이익이 느는 방식을 봐야 한다. 현금이 같이 늘었는지, 매출채권과 재고가 이익보다 빨리 늘지 않았는지. 위 레버가 보여준 그대로다.

실전 드릴 · 10문 연속

이 수법은 네 칸 중 어디를 건드린 것인가.

1/10 · 점수 0

확인 퀴즈 · 3문

1. 감사의견 '적정'의 뜻은?

2. 없는 매출을 외상으로 만들면 어떤 흔적이 남나?

3. 감사보고서에서 회사의 위험 지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 이 지식이 없는 사람을 노리는 말

“회계법인 감사 적정 의견 받은 안전한 회사입니다”비상장 투자 유치
적정은 최소 조건이지 우량 인증이 아니다. 물어야 할 것: "감사보고서 전문을 보여주세요. 핵심감사사항과 계속기업 문단은 뭐라고 적혀 있나요." 공시된 문서라 보여주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 거절하면 그게 답이다.
“매출이 3년째 두 배씩 늘고 있습니다”IR 자료 · 설명회
매출만으로는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는다. 같이 물어야 할 것: "영업활동현금흐름도 같이 늘었나요. 매출채권과 재고는 매출보다 빨리 늘지 않았나요." 이 두 질문이 위 레버 ①·③을 정확히 겨눈다.

✦ 단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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